최호근(문과대 사학과) 교수는 최루탄이 어지러이 떨어지던 1987년 서울의 하늘을 기억한다. 30년도 더 지났지만, 어제 일 같다. 매캐한 최루가스에 쏟은 눈물, 콧물, 정신없는 와중에 뒤엉키는 동기들, 매섭게 휘둘리는 경찰의 진압봉. 잊고 싶지만,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 강연을 준비하다 (이한열 열사) 영결식 장면을 다시 봤는데, 또 눈물이 나더군요.” 한때 사실로 인정되지도 못했던 그 시절 기억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매년 6월이 되면 그 시절을 장소로, 행사로, 노래로 추억한다. 이른바 ‘기념하는 사
가야사 복원사업으로 가야사를 체계적으로 규명할 기회는 열렸지만, 그동안 가야사 연구에 어려움을 겪었던 연구자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삼국에 비해 역사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사료도 현저히 부족한 탓에 일정한 한계에 부딪혀왔다. 학계 간 교류의 부족과 연구인력 양성의 문제는 가야사 규명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삼국’에 소외되고 사료도 부족해 가야사 연구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에 비해 뒤처진 것은 문헌, 유물 등의 사료(史料)가 부족해서다. 가야는 삼국과 달리 중앙집권화된 정치체를 이루지 못하고 멸
한반도에 잊혀진 역사가 있다. 6세기 중반까지 철을 이용한 해상교역으로 위용을 떨쳤지만, 삼국에 가려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가야의 역사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가야사 연구가 최근 대통령의 국정과제 지시, 지자체의 합심으로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사업’이라는 대통령의 제안과 함께, 가야문화권으로 여겨지는 영남지역부터 호남 일부까지 지자체 중심으로 가야사 연구와 복원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최대 규모의 복원사업이지만, 학계 연구자들은 성급하게 추진되면 ‘복원’이 아닌 역사를 ‘왜곡’하는 결과
우리가 과거로 가지 않고도 인류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건 그것들이 기록으로 남아있어서다. 사람들은 기록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간접 경험하며, 현재의 삶을 후대에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록이 국가, 권력 중심으로 쓰여져 왔다면, 시대적 변화에 따라 시민들이 직접 기록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민간에서 직접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공유하며 그들의 기억과 일상을 역사에 새기려 하는 상황이다. 권력에서 시민의 편이 된 기록 기록은 한 사회가 남긴 경험이나 지식에 대한 유형(有形)의 증거다. 개인이 일상적으로 쓰는 일기
정릉 주민들은 정릉을 한번 살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정 많은 동네라 소개한다. 세월의 풍파에도 주민들과 함께 나이 든 정릉엔 옛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릉의 마을 기록가들이 열심히 마을을 돌아다니며 기록한 우리 삶의 단면들을 소개한다. #1. 대성이발관 점점 이발관을 찾기 어려워지는 시대지만, 정릉엔 긴 세월 동안 꿋꿋하게 동네를 지키고 있는 이발소가 여럿 남아있다. 대성이발관은 개업한 지 30년 된 고참 이발소다. 경력 54년 차 이발사가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하게 관리하며 손님을 맞고 있다. 마을의 이발소들을 찾아다니
한 손엔 카메라, 다른 손엔 노트 한 권. 마을 곳곳을 뛰어다니며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시 곳곳에서는 민간 아카이브의 한 흐름으로 마을의 장소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마을기록’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토박이들이 많은 동네 정릉(貞陵)에서도 많은 주민이 ‘마을기록가’가 돼 기록 활동에 나서고 있다. 주민이 만들어낸 마을기록 민간 아카이브로서 마을기록은 공공기록에서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마을의 역사, 장소, 일상을 기록하는 활동이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쉬운 마을의 구석구석에 대해 마을 주
대부분의 고대생은 막걸리 먹기는 좋지만 제대로 뛰놀고 싶을 땐 안암을 떠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안암역은 홍대로, 강남으로 나가는 학생들로 붐빈다. 그 사이 안암 술집의 스타일을 깰 가게가 참살이길에 들어섰다. EDM 색소포니스트 윌리제이(본명 정광현, 남·47)가 운영하는 아지트 안암(AZIT ANAM)이다. 이곳은 술, 디제잉 부스, 비어퐁, 사이키 조명까지 있을 건 다 있는 하이브리드 술집을 표방한다. EDM에 맞춰 즉흥 색소폰 연주를 뽑아내는 뮤지션은 국내에 윌리제이 한 명이다. “역마살이 있어요. 악기 하나 들고 온 세상
종이, 필름,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환경에서 만들어진 기록들은 오늘날 디지털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환경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는 흐름을 따라 기록의 장기 보존과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다. 현재 공공기록 등 다수의 아카이브가 디지털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기술 변화로 인한 장기보존과 소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작은 ‘변환’ 아날로그 기록을 디지털 형태로 보존하고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기록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변환이 필요하다. 종이문서와 인화사진의 경우 스캐
지금은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지워졌지만, 오늘날 무형문화재로 불리는 것들은 200여 년 전만 해도 삶의 일부였다. 질박한 옹기그릇에 담긴 고봉밥으로 하루를 버티고, 흥겨운 탈춤 한바탕에 꼴사나운 양반 놈들 비웃어주기도 했다. 한 많은 삶의 잔잔한 위로였고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에겐 박물관 구경 가듯 그저 잠깐 스쳐 가는 옛날 일이 돼버렸다. 과거의 ‘우리 것’이 더 이상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하지만 전통을 사랑하고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전통문화는 미래 세대까지 향유하는 문화가 될
선비의 고담한 정신을 상징하는 갓, 한때는 많은 이들의 격식과 자태를 더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갓의 수요가 사라진 지금은 극소수 장인들의 손으로만 이어질 뿐이다.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갓 공방에서 만난 정춘모 보유자는 평생 갓에 몸과 마음을 바쳐 침침해진 눈이지만, 빛바랜 스승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갓과 함께한 일생을 하나하나 짚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평생 통영갓 전승에 인생을 바친 선생을 통해 갓에 담긴 장인의 세월을 반추해봤다.- 통영갓의 명맥을 잇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고향은 경북 예천인데, 젊었을 적 대구로 나가
‘갓일, 낙죽장, 궁시장, 채상장, 백동연죽장…’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이지만, 이들은 모두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받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다. 문화재청에서는 1962년 이래로 무형문화재 144개 종목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30개가 넘는 종목들이 명맥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종목 중 24%는 전승 취약 종목 처음 국가적 차원의 무형문화재 보호가 시작된 것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재를 보호해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특정됐다.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50대 이모 씨다. 영화 의 진범이 그 수감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언론들은 일제히 용의자의 신상을 줄줄이 보도하고 있다. 용의자인 이모 씨는 화성사건 당시 사건 발생 일대에 거주했고,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처제 살인 당시의 범행 수법이 화성 사건만큼이나 치밀하고 잔혹했다. 이에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수 있지만, 이모 씨는 아직 수사 단계의 용의자다. 경찰이 이
개강 첫날, 쉬는 것도 관성이라 교수님의 열강을 듣다가도 눈앞이 흐려지고 집 생각이 간절하다. 얼른 집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당차게 세워놓은 새 학기 목표와, 알차게 짠 시간표가 발목을 잡는다. 그럴 때 개강의 서러움을 달래줄 안락한 휴식처가 가까이 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까. 2115번 버스 타고 안암역에서 딱 세 정거장. 내리는 순간 한약 냄새가 훅 풍긴다면 잘 찾아온 것이다. 전국의 한약재가 모인 서울 약령시에 2017년부터 한방복합문화공간인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들어섰다. 등이 굽은 주인장의 세월을 체득한 노포 사이로 한옥과 양옥
8월 20일,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장모 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이 개정된 이후 살인, 약취유인, 인신매매, 강간 등의 흉악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 공개가 가능해졌지만, 신상공개의 기준 및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여론이 이끈 피의자 신상공개 원칙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지 않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금지된다. 하지만 2010년 흉악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가능하도록 특강법이 개정된 배경에는 2000년대 후반 연일 보도된 반
인간은 누구나 개인의 인격권을 헌법상 핵심적 권리로 보장받는다. 누군가에게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인 초상권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현장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최근 언론보도환경이 디지털화되면서 사진 및 영상을 통한 보도가 증가하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상권 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헌법으로 보장되는 초상권 초상권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 및 신체적 특징에 대해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한다. 초상이라는 표현에서 얼굴을 먼저 떠올리지만, 얼굴 외에도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
어디선가 날아온 까치가 참전용사의 묘비 위에 총총 올라앉는다. ‘육군 병장 아무개의 묘 一九五一년 九월 二八일 양구지구에서 전사’.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기척 드문 고요 한가운데 비석 주위를 한동안 지키다 ‘깍’ 한번 울고 다른 비석으로 휙 날아간다. 현충일을 앞둔 국립서울현충원은 지금 참배객 맞이를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생화만큼 신선하지는 않아도, 처음의 빛깔을 잃지 않는 무궁화 조화가 비석마다 하나씩 꽂혔다. 먼 옛날, 생의 끝에 애타게 휘둘렀을 태극기도 묘비 옆에 세워뒀다. 무덤을 푸르게 뒤덮은 잔디는 그들에게까지 닿아
지난 5월 27일 오전 9시 30분, ‘회계비리 척결을 위한 학교와 학생 대표자의 면담’이 본관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면담은 5월 20일에 진행된 제51대 서울총학생회(회장=김가영, 서울총학)의 제2차 월요집회 중 회계비리 척결을 위한 학생 측 요구안을 전달하던 과정에서 총학의 요구로 성사됐다. 하지만 당초에 합의된 단과대 대표자들의 참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총학이 제시한 의제를 두고 의견 차를 남긴 채 논의는 힘없이 마무리됐다. 처장단의 반대로 입장 바꾼 학교 본 면담이 서울총학과 본교 학생처 학생지원부 사이에서 처음 논의될
‘2019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중간평가’에서 본교가 하위 10개 대학에 포함돼 교육부 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부담 완화와 고교교육 내실화를 위한 종합적 대입전형 개선 유도를 목적으로, 평가전문인력 인건비와 대입전형 운영비 및 개선 연구비 등을 대학에 지원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본교는 △학생부교과전형의 높은 면접비율 △타 대학에 비해 낮은 고른기회전형 선발비율 △계획에 미치지 못한 입학사정관 채용 규모로 인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본지 1876호 ‘교육부 지원사업 중간 탈락…
“중운위는 열린 회의체입니다.” 12일 오후 2시에 열린 제19차 중앙운영위원회 정기회의(의장=김가영, 중운위)에서 ‘전대 총학 이월금 관련 회칙 위반’에 대해 전대 총학생회장단이 사과 대자보를 게시하기로 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제50대 총학생회 ‘ABLE’(회장=김태구)의 이월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를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나, 2019학년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당시 대의원들이 요구했던 향후 논의에 대한 총학의 소통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대 총학생회장단도 함께 한 중운위 이월금 사안에 대한 논의는 ‘제50대 총
‘이공계 실험환경 개선’, ‘수강신청제도개선’, ‘정정기간 이동’. 교육권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된 서울총학과 정진택 총장간의 면담을 통해 변화된 결과다. 지난 4월24일 정진택 총장과 제51대 서울총학생회‘SYNERGY’(회장=김가영, 서울총학) 회장단의 면담이 정승환 교무처장, 김재진 학생처장을 동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면담은 4.10 총궐기 당시 정진택 총장에게 교육권 의제별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는 과정에서 김가영 서울총학생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면담은 4.10 총궐기 의제였던 △개설강의 확대 △이공계 실험